나 사실 가정사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고, 성격도 다른사람들처럼 사교적이지가 않거든. 사실 가정사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아닌 따돌림 그런것도 당해봤고. 근데 우리 동네가 상당히 좁아서 우리 나이대 애들은 좀 마당발인 친구 서넛 거치면 안 닿는 애들이 없을 정도였어.
그때가 중학생때인데, 우리 동네가 좁다했잖아. 나랑 사이가 그리 안 좋았던 애들 중에서도 중학교 같이 온 애들이 있었어. 그 후로 철들었는지 초등학교때 사이 안좋았던건 다 풀었지만 난 여전히 학교에서 좀 겉도는 애였었고.
3학년때, 어떤 여자애 하나가 갑자기 전학 왔더라고. 나랑 쓰는 층이 달라서 한동안은 소문만 듣고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냈지. 근데 그 친구가 성격이 워낙 말하기도 좋아하고 밝은 애여서 그런가 어느날은 갑자기 나랑 그나마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랑 있더라고.
남자애들이라면 이해갈텐데, 작은 그룹끼리 친하고, 거기서 몇몇이 또 다른 그룹 애들이랑 친해서 건너건너 다 잘 지내는 그런 분위기의 무리 알아? 뭐 게임 내전같은거 하면 자리 빌 때 내가 친구 불러올까?해서 안면트고 하는 그런사이. 나한테는 그쯤 되는 친구들이랑 다같이 모여있길래 난 그냥 아 저런 애구나, 하고 항상 그랬듯이 애들 이야기하는거 지켜보고 있었지. 솔직히 새로온 애라니까 궁금하기도 했고.
근데 그친구가 내가 궁금했나봐. 나한테 말을 계속 걸더라. 기억은 잘 안나는데 어디사냐,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였는데 몇번 대화하더니 자기 이야기를 막 쏟아내더라고. 나는 어디서 왔다, 이런저런 일 있었는데 웃기지? 어쩌고저쩌고.
솔직히 말 진짜 많더라. 근데 그후로 그 애가 나한테 와서 오늘은 뭐했고 어땠고 이런 이야기를 막 하더라고. 그렇다고 나를 계속 쫓아다녔더기보단 그냥 사람이 좋아서, 그리고 내가 유독 잘 들어줘서 그런거였지. 그러다보니 친해지고, 어느날은 따로 둘이서 이야기하다가 내가 내 가정사 이야기를 해줬었어.
근데 그 애가 펑펑 우는거야. 나는 정작 기억도 안나는 일인데. 그러고는 그런 되도 않는 이유로 괴롭힌 친구들이 누구냐, 또 그러면 꼭 말하라고, 자기가 그래도 이 학교 선생님들이랑도 친하고 하니까 뭐라도 해주겠다고 그러더라고.
생각해보니 나한테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처음이더라고. 그때부터 그냥 계속 그 친구를 나도 모르게 지켜보게 된 것 같아.
어느날 친구들이랑 점심시간에 그 애 반에서 대여섯명이서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었던 적이 있어. 그날이 5월쯤, 좀 더운날에 다들 밥먹으러가서 반에 우리밖에 없었는데 무슨 이야기였는지 좀 웃긴 말을 친구가 했나봐. 근데 그 애가 갑자기 빵터지면서 웃는데, 창밖에서 바람이 훅 불면서 그런거 있잖아. 순정만화식 슬로우 모션 걸리면서 세상에 거기만 딱 스포트라이트 켜진 기분. 무슨 이야기 하고있었는지도 귀에 안들어오고 그때 처음으로 아 내가 얘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그냥 그 후로 다른 친구들 피셜론 내가 걔한테 미쳐서 살았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하다가도 걔가 오면 목소리부터 바껴서 나랑 좀 아는사이면 누구라도 아 얘 저 여자애 좋아하는구나 했을거래. 집에 오면 친구들끼리 있는 단톡 켜두고 언제쯤 걔가 올까 기다리고. 그 애가 또 공부도 꽤나 잘했어서 평생 안하던 공부도 시작해서 학년 말에는 처음으로 전과목 평균을 90을 넘겨봤었어.
사실 내가 그때까지 미래가 어떻고 이런 의지도 없었어.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다가 어른이 되겠지 했지. 그런데 걔가 나는 요리 잘하는 남자가 멋지더라 하는 말 한마디에 그냥 그날로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이 생기더라. 그친구 좋아해서 한 미친짓은 오글거리니까 자르고, 그렇게 고등학교에 가서는 그 애가 많이 힘들어하더라고. 외로움도 많이 타고. 어느날부터 나랑 묘한 기류를 타더니 우리는 결국 사귀게 되었었어. 사실 나도 알고는 있었어, 걔는 날 좋아해서 사귀었다기보단 친애해서, 그리고 지금 당장 의지할 곳이 필요해서 기대온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너무 행복하더라. 아침에 등교하면서 잠깐 전화하고, 연락하고. 그냥 그런게 너무 행복했어.
근데 그친구도 결국 자기가 나를 좋아하는게 아니란걸 직시하고 헤어지자 하더라. 그애는 어설프게 착했던거지.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는 거 자체를 못견뎌했었어. 잡고 싶었는데 결국은 못 잡았어. 그 후로 한동안은 폐인처럼 살고, 하루에도 몇번씩 이렇게 살아가는게 의미있나 했던거같아.그래도 헤어지고 나서 이름뿐인 친구로라도 남아서 그 애가 어떻게 지내는지 sns나 단톡에서 알수는 있었어. 그냥 그렇게 점점 무뎌지다가 1년쯤 지났을때 걔가 다른 애랑 사귄다 싶은 정황이 보이더라. 그쯤 되니 마음은 시린데 더이상 내가 잡을 수 있는 영역도 아니여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았던거같아. 그 후로 사실 그 애랑 연애와 관련된 이유로 대판 싸우기도 했고. 순간 그 애가 미웠는데 도저히 싫어하지를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자기관리도 하고, 내 삶을 살아가려고 했어. 딱 그때쯤 그 애는 새로 사귄 남자친구랑 최악의 이별을 한 것 같더라고. 한참, 거의 반년은 지나고 나서 그애가 연락해오더라. 정확히는 나에게 연락했다기보단 단톡에 다시 나타난거지만. 그애는 여전히 맑고 밝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여전히 나한테 미련을 가지고 있는게 느껴졌어.
솔직히 나도 미련 없다고 딱 자르지 못하겠어. 어떻게 내가 그애를 안 좋아하겠어? 다만 나는 이제 그 애를 믿기에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버렸고, 신뢰를 다시 쌓으려면 아마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거같다 뿐이야. 그렇게 우린 아직도 친구로 지내고 있어. 엔딩이 이상하지만…
아 그리고 반전이라면 반전인건,
사실 나, 그러니까 모선에 글쓰는 작성자는 저 이야기의 남주가 아니라 여자애쪽이야. 그니까 이건 내가 지금 좋아하는 남자애가 오래전 나를 좋아해줬던 이야기. 여기 나온 그 애의 감정들은 대부분 추억 이야기하면서 그 애가 나 그때 그랬었는데. 했던 내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