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얹어진 플래너의 숫자가 30으로 바뀌던 순간, 가슴 한구석이 쿵 내려앉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끝이 가까워졌다는 안도감보다는, 여전히 부족한 것 같은 불안함과 '정말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고개를 들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 말을 제일 먼저 해주고 싶어.
너는 여기까지 정말 잘 걸어왔다고.
남들은 다 자고 있던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부엉이 라이브러리로 향하던 길, 졸음을 쫓으려 꼬집던 살가죽의 통증,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성적표를 보며 홀로 숨 죽여 삼켰던 눈물까지. 그 수많은 순간들을 견뎌내고 오늘을 맞이한 너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눈부시고 대단한 사람이야.
남은 30일은 없던 실력을 새로 만들어내는 기적의 시간이 아니야. 그동안 네가 흘린 땀방울과 참아낸 시간들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네 안에 이미 차곡차곡 쌓여 있는 소중한 노력들을 하나씩 차분하게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야.
그러니 혹시라도 문득 불안이 몰려오거든 이렇게 생각해주면 좋겠어.
'내가 이 시험에 그만큼 진심이었구나.', '내가 지금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았구나.' 하고 스스로를 꼭 안아주었으면 해.
완벽하게 모든 걸 다 털어 넣지 못해도 괜찮아.
그저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묵묵히 채워가고, 따뜻한 밥 챙겨 먹고,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네 페이스대로 걸어가면 돼.
가장 캄캄한 새벽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찬란한 아침 해가 뜨듯이, 네가 걸어온 길 끝에는 분명 네가 꿈꾸던 온화하고 빛나는 계절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멋진 사람이니까.
마지막 날, 시험장을 나오며 홀가분하고 환하게 웃을 너의 얼굴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