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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나폴리탄] 왜 여기 불이 꺼져있지?

1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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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부엉이🦉

2026.03.27. 05:50

[나폴리탄] 왜 여기 불이 꺼져있지?

낮이 사라졌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인류는 낮을 빼앗겼다. 핵전쟁이나 화산 폭발로 인해 태양이 가려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밤이 되었다. 달조차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낮이었던 반구는 갑자기 밤이 되었고, 밤이었던 반구는 아침이 찾아오지 않았다. 전세계의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다행인 점은 그 패닉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발전소가 약간의 불을 밝혀주었고, 세계의 석학들은 낮을 빼앗긴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지구의 변화가 낮이 사라진 것 외에는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태양의 존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태양이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태양 근처의 탐사선들이 부족한 전력으로 정지하기 전에 보내준 정보에 따르면, 태양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적 반응이 정지해 있었다. 전세계 사람들은 태양이 언제가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지만, 조금이라도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예외였다. 도대체 어떻게 핵융합이 일어나던 천체가 갑자기 정지할 수가 있을까? 앎은 새로운 두려움을 낳고 있었다. 몇몇 종교인들은 천벌을 가정했다. 몇몇 음모론자들은 외계의 공격을 가정했다. 나는 둘다 믿지 않았다. 천벌은 두말 할 것도 없고. 만일 외계의 공격이라면, 태양을, 낮을 없앰으로서 입힐 수 있는 피해는 너무 적고 간접적이다. 차라리 우리가 모르는 어떤 법칙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믿고 싶었다. 의문에는 의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왜, 어떻게. 왜 수많은 별들 중 우리의 태양만이 갑자기 꺼졌을까? 왜? 어떤 의문도 해결되지 않는 상태로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처참한 작물 생산량에 굶는 사람들이 조금씩 발생하고 있었다. 더욱 잔인한 기아가 예고되고, 아프리카의 어딘가에서 전쟁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지금 당장은 괜찮아보일지 모르지만, 인류는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다. 태양이 돌아올 것이란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갑부들은 벙커를 만들어 가족과 친구를 집어넣었고, 다른 항성계로 향하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린 종말을 조금 천천히,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는 빠르게 맞는 중일지도 몰랐다. 또다시 며칠이 흘러갔다. 사무실의 유리창이 깨져 몇몇 물품이 도난당하는 일도 있었다. 위험이 점점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다른 모두가 그렇듯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 재난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연구하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 같은 지성, 닥쳐오는 전쟁을 막기 위한 행정, 정치 능력,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무력 또는 재력, 나는 무엇도 갖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어딘가로 떠나고자 했다. 내 주변에서 벗어남으로서 이 닥쳐오는 멸망에서도 벗어나고자 했던 걸지도 모른다. 다행히 비행기는 아직 운행되고 있었다. 원래도 험난한데, 지금은 배는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 나는 그곳에 다다랐다. 등산과 그리 인연이 있지도 않고, 심지어 밝은 빛 아래에서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분명 전세계적인 광기에 나도 미쳐있던게 분명하다. 나는 차 몇 대를 살만한 돈을 들여 사람을 한 명 고용했다. 에베레스트를 위해. 우리가 무얼 잃어버렸는지, 왜 잃었는지, 그것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싶어서. 우주선을 타는 것과는 달랐다. 애초에 그건 불가능하기도 하고. 어차피 내가 무언가 알아낼 수 있을 거란 희망은 없었다. 그냥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한 줌 남은 이성도 유지할 수 없을 거 같았다. 당연히 실패했다. 소설 속에서나 나올 종말이 찾아왔지만, 내게 소설 속 주인공 같은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다. 절반은 올랐을까? 낮에 전혀 데워지지 않아 몇 배는 더 혹독한 추위에, 작은 헤드라이트에 의지해야 하는 어둠에서. 나는 내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작은 구석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춥고, 어둡다. 그것이 인류의 미래겠지. 그렇게 온난화를 걱정하다니, 그 원인인 태양이 꺼져버리니 다들 아주 행복하겠지. 나는 눈을 감았다. 고향의 친구들. 가족.. 아주 짧게 스쳐지나가는 기억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면 약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니, 온기? 무언가 이상했다. 나는 절벽으로 굴러 떨어질 위험도 감수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것은... 사라질 때 만큼이나 갑자기 돌아왔다. 그렇게 밝은 빛을 오랜만에 본 탓에 눈을 쉽게 뜰 수 없었다. 그러나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눈부심이 아닌, 행복과 안도에서 흐르는 눈물이었다. 낮이 돌아왔다. 여기까지. 이 정도면 사실에서 그렇게 벗어나지도 않고, 감동적이며 아름다운 결말이다. 이 정도 편집이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내 조금 남아있는 양심이, 아니, 어쩌면 이기심이 털어놓고자 하는 비밀이 하나 있다. 설산의 중턱에서 눈을 뜨기 전에 있었던 작은 일이다.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저 주마등이라고 볼 순 없겠지.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다. 물론 내 환청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하늘 저 위에서 아주 작은 소리로. 그 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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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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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6.03.27. 05:50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apolitan&no=2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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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6.03.27. 05:50

이건 힌트도 안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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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

26.03.27. 05:51

더더 일해라 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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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

26.03.27. 05:51

불좀꺼줄래? 네 램좀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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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4

26.03.27. 05:51

모두의선생님 | [나폴리탄] 왜 여기 불이 꺼져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