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같은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다 알만한 이야기라 특정당할 수 있지만 일단 올려봅니다.
때는 바야흐로 약 10년 전…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시절의 일입니다.
당시 저와 친구 B는 분리수거 담당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죠. 저희는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리수거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자세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사건만큼은 기억합니다.
친구 B가 제 머리에 손날로 당수를 먹였습니다.
아마 장난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저 역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리 심각한 일도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잠시 후 B가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손날이 제 머리에 빚맞은 모양이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뭐,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머리가 손날보다 단단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선생님께 B가 사소한 사고로 보건실에 들렀다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B가 돌아왔습니다.
그의 손에는, 파스가 붙어 있었습니다.
저는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B는 괜찮다고 했고, 저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 사건이 그저 ‘분리수거하다가 친구가 친구 머리에 손날을 날렸고 손이 조금 아팠던 일’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몰랐던 것입니다.
이 사건이…단순히 파스 하나로 끝날 사건이 아니었다는 것을.
⸻
다음 날 아침.
등교 시간이 지났는데도 B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이 사실을 물었고 병원에 다녀온다는 답변을 받았죠.
저는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 병원에 갔구나.“
그저 그 뿐.
그리고 잠시 후 B가 교실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파스 하나 붙어 있던 그 손에는…붕대가 감겨 있었습니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
”설마,어제 그 일 때문에?“
조심스럽게 상황을 물어봤고, B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르면 며칠,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붕대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일주일이 흘렀습니다.
⸻
그날도 B는 등교 시간에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묘한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설마...“
저는 B가 들어올 뒷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B가 교실로 들어왔을 때 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팔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붕대만 감겨 있던 그의 손에…
부목이 덧대어져 있었습니다.
네,
알루미늄으로 된 뼈대와 스펀지 패드로 이루어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로 그 부목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소지와 약지에는 손가락 부목까지 함께 감겨 있었습니다.
물론 부목이라는 것이 반드시 심각한 골절상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한 염좌나 뼈에 금이 간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떠올랐습니다.
“다음엔 뭘까……?”
“다음에는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나게 될까……?”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부상 경과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한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형태를 바꾸어 가는 것처럼, B의 팔에도 새로운 기구들이 진화하듯 추가되고 있었습니다.
파스.
붕대.
부목.
저는 어느 순간부터 B의 팔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B가 부목을 풀기 위해 다시 한 번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그날을.
⸻
그리고 또다시.
B가 학교에 늦게 오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왔다.”
이윽고 교실 문이 열리고 B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그의 팔을 본 순간…
저는 감탄인지 탄식인지 알 수 없는 숨을 내뱉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깁스가…있었습니다.
소지와 약지를 고정한 채 팔뚝 부분까지 감싸는 큼직한 깁스.
마치 ‘에반 핸슨‘이 할 것만 같은…그런 큼직한 깁스를 팔에 달고 나타난 것입니다.
그 순간 저는 참으로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언가 제가 이룩한 성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저 친구를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라는 죄책감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B는 이 사건을 제 탓으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았고, 결국 제가 처벌을 받는 일도 없었습니다.
뭐……어떻게 보면 저 역시 맞은 당사자이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제 머리가 마치 《검정고무신》에 나오는 기영이의 ‘콩!’과 같은 돌머리라는 사소한 놀림거리가 된 것.
그 정도의 대가는 감수해야 했습니다.
⸻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약간의 후일담이 있습니다.
제게 공포의 쓴맛을 선사했던 친구 B.
그 친구 역시 언젠가…
돌머리와 관련된 사건을 직접 겪게 됩니다.
어느 날 B는 자신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침대에서 뛰어놀던 그때.
그들은 너무나 신나게 뛰어놀았고…
그 결과.
B는 자신의 집 천장을 박살내는 사건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파스.
붕대.
부목.
깁스.
그 다음은 통깁스도, 목발도 아닌…
천장.
이었던 것입니다.
10년 전, 제 머리에 손날을 날렸던 한 소년은…
훗날 자신의 집 천장을 박살내는 남자가 되었습니다.
이번엔 그의 차례라는 것이었을까요…
업보인지, 우연인지, 아니면 기묘한 필연인지 모를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MSG를 조금 쳤지만,
친구B가 제 머리를 쳤고
그에 따라 파스와 붕대, 부목과 깁스를 하고 나타난 것
그리고 그 친구가 이후에 집 천장에 머리를 부딪혀 천장이 부서진 사건은 실화입니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제게는 잊을 수 없는 초등학교 때의 큰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