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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모선소설] <폭우> 1부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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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선소설] <폭우> 1부

2026.03.06. 02:40

“으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 나는 창밖에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현실인가. 저 똥개가 짖는걸보니 현실이군. 어느 날부터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악몽의 주된 내용은 늘 같고, 악몽을 꾸는 시간대도 동일하다. 첫날 꾸었던 악몽은 난 누군가의 습격에 의해 긴 밤 동안 쓰레기장 한구석에 엎드린채로 죽어가고 있었다. 미처 나를 보지 못한 관리자들은 그저 나를 검은 쓰레기봉투라고 생각했겠지. 그렇게 조용히 죽어가던 나의 뒷통수가,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가득 머금기도 전에 난 그렇게 잠에서 깼다. 젠장,, 시간이 벌써 7시이다. 땀에 젖은 누런 베개와 목이 늘어나버린 검정 티셔츠를 빨래통에 대충 처박아놓고 꿈속에서 맞이했던 빗방울과는 다른, 샤워기 호스에서 새어나오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방울들이 또 한번 나의 정신을 번쩍 깨웠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삐삐의 밥그릇에 사료를 가득 채워넣었다. 아, 삐삐가 누구냐고? 내 여동생이 2년전에 우리집에 맡겨둔 개다. 지겨운 개자식. 나에게 이런 짐덩어리를 맡켜놓다니. 돌아오면 최소한 이 짐덩어리를 키우는데 든 비용을 모조리 청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정작 나는 “삐삐야 아빠 갔다온다”라는 정겨운 말을 한다. 미친놈. 담배 한대를 물고 흥얼거리며 꽉 막힌 이 도로를 지나가던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누군가도 이렇게 분명 갔다온다했었지. 나쁜 인간들’ 나의 어린시절, 매주 금요일, 나의 부모님은 아침 일찍 출근하시면서 나에게 분명 “우리 갔다올게, 집 잘보고 있어. 통닭 두마리면 되지?”라며 말을 하고 집을 나가셨다. 하지만 늘 하던 “갔다올게”라는 말은 어느날 산산히 조각나버린채 나뒹굴어졌다. 7월의 셋째주 금요일은 나에겐 너무 아픈 기억이다. 고작 11살이었던 난, 반으로 접혀진 부모님의 시체의 사진을 차마 눈뜨고 볼수없었다. 나와 여동생은 그렇게 할머니의 손에 키워져 나는 35살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2년 전, 나에게 강아지를 맡기고 간 나의 여동생도 7월 셋째주 금요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타살의 의심 정황이 있었으나 자살로 종결되었다. 이해가 안되는 일이었다. 경찰은 대체 뭐하는건지.. 아무튼 이제 나의 가족은 없다. 이 세상에 의지할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라며 차오르는 피눈물을 참고 회사로 향했다. 나의 일과는 오늘도 이렇게, 시작이다. 회사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믹스커피 두 봉지를 뜯어 나의 작은 텀블러에 커피를 탄다. 요즘은 커피 값이 너무 올라서 회사에서 먹어야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아마 이 지독한 절약정신은 아버지를 닮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의 자리에 앉았다. 나는 한 식품업체의 판매담당 사무직으로 일하고있다. 직급은 아직 대리 1년차이다. 거지 같은 이놈의 회사에서는 낙하산으로 들어온 동기가 벌써 나보다 빠른 대리 2년차이다. 시발. 이게 무슨 어이없는. 물론 사실 나는 일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 지방국립대학의 경제학과를 나와서 겨우겨우 들어간 회사라 내게 온 기회를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나의 자리는 나의 대학 시절 선배이자, 내가 가장 의지하는 오 과장의 옆 자리이다. 오 과장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군대를 갓 전역하고 복학한 선배였다. 오 과장의 첫인상은 검은색 뿔테 안경에, 하늘색 체크 셔츠와 헐렁한 검은 슬랙스 차림이었다. 키는 매우 컸고, 나를 보며 바보처럼 웃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대학 생활 꿀팁 따위를 전수받다가 오 과장의 추천으로 이 회사에 들어오게되었다. 지독한 인연. 오 과장은 출근 직후 무엇을 찾는지 부산하게 책상을 뒤적거리고있었다.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그러자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Mathcrane 프로젝트 하러 가야하는데, Arch를 안 챙겨서 가지고 가려고.” Mathcrane은 요즘 우리 회사에서 밀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서 꽤나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과장님 머리 좀 아프시겠는데요?ㅋㅋㅋㅋ” 나는 농담처럼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어쩔 수 없지. 어 찾았다. 갔다올게“ 오 과장은 그렇게 말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오 과장님! 오 과장님! 우산 챙겨가세요!” 뒤늦게 말했지만 그는 듣지 못하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하나 둘씩 출근하는 이 사무실에 출근하며 비를 맞은 사람들의 발자국에 의해 젖어가던 바닥이 말라갈 동안, 난 창가 너머로 내리는 빗방울의 비린내와 커피 향을 맡으며 오전 업무를 해나갔다. Mathcrane 프로젝트의 주요 업무인 Molding 보고서 작성은 언제나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 우리팀은 총 5명으로, 프로젝트 때문에 외근을 나간 오과장을 포함해 박 부장, 나, 서 사원, 조 인턴이 이 좁은 사무실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일하던 와중, 서 사원의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건 점심시간이 되었다는 신호이다. 우리 팀은 다같이 점심을 먹으러 간다. 꼰대같은 박 부장이 제안한 것이었다. 하긴 누가 상사의 말에 토를 달겠는가.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막으며 물웅덩이를 피해 근처 국밥집으로 향했다. “이 놈의 비는 도대체 언제 그치려는지 참” 박 부장이 우산을 접으며 투덜거렸다. 박 부장은 오 과장이 없을 때면 꼭 점심에 반주를 한다. 그동안은 오 과장이 건강 생각하라며 잔소리를 해댔기 때문일테지. 국밥집에도 비냄새가 스며들때쯤, 내가 시킨 뼈해장국이 나왔다. ’하..냄새 좋다‘ 내 소울푸드의 냄새를 맡으며 나는 속으로 웃었다. 점심을 다같이 먹던 와중, Mathcrane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왔다. “참, 팀장님도 그런 프로젝트는 우리 팀한테 맡겨서, 오 과장만 고생하게” 박 부장이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우리 팀은 모두 Mathcrane 프로젝트에서 각자 할 일을 충실히 진행하던 중이었다. 물론, 박 부장만 빼고. “부장님, 저희 팀 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다같이 야근하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최대한 기분 나쁜 티를 내지않으려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박 부장이 술에 취했는지 대뜸 “아이 뭐라는거야..내가 부장인데 지금 나 무시하는건가? 오 과장 오늘도 외근 나가는 거 못봤어? 니들도 좀 도우라고!!” 라고 주변에 눈치보일 정도로 크게 말했다. 팀원 모두 당황했지만 박 부장이 가끔 발작하는건 익숙한 일이라 다들 ”예예“, “그럼요… 도와야죠..하” 라며 각자 화를 꾹 참고 대답했다. 이후로 박 부장의 잔소리는 계속 되었으나 다들 쏟아지는 비에 그 잔소리도 같이 흘려보내는 것 같았다. 한바탕 소란스러웠던 점심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오후의 일들을 마무리했다. 나는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아직 나는 Molding 보고서 작성을 절반도 못 끝냈다. 야근 확정이다. 시발.. 모두가 퇴근하고 불이 꺼진 적막한 사무실안에서는 아직도 내리는 빗소리와 내 에어팟에 새어나오는 피아노 소리만이 맴돌았다. Molding 보고서 작성을 끝내고, 오 과장에게 보고서 검수를 맡기 위해 기다리기며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잠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젠장. 또 악몽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정각을 막 지나고 있었다. 이번 악몽은 내용은 같았으나 장소가 조금 달랐다. 번화가의 한 골목을 정신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뛰어가던 나에게 뒤에서 망치가 날아들었다. 그 상태로 난 그 골목에 엎어져 피가 흐르는 뒤통수에 거센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다 또 다시 잠에서 깨어 사무실에 앉아있던 것이었다. 꿈이 미치도록 생생했는지 나의 옷과 바지가 또 다시 땀에 젖어있었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오 과장에게 연락이 왔어야 하는데, 연락은 커녕 광고 문자만 와있었다. 오 과장에게 이후로 수십통을 전화해봤지만, 연락은 닿을 생각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연락 안 보셔서 이메일로 보냈어요. 확인해보세요”라고 연락을 보낸뒤 나는 퇴근했다. 차에 올라타서 운전을 하려고 시동을 걸었다. 그러곤 다시 담배 한대를 물고 흥얼거리며 내리는 비를 쳐내는 와이퍼 사이로 힘겹게 도로를 보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아까 꾸었던 악몽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악몽의 내용이 바뀌었던 것은 2년전, 그리고 오늘이다. 2년 전에는, 나는 꿈속에서 정신을 잃은 채로 밧줄에 목이 매달려 있었다. 휘몰아치는 비에 옷이 젖어 더욱 무거워져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그때 치는 번개 소리에 놀라 언제나 그렇게 잠에서 깨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악몽은 계속 되었지만, 그 내용은 2년만에 오늘, 바뀌었다. (*가끔 공부가 안될 때 혼자 끄적끄적 글을 써보는 부엉이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장점을 살려 노래 번역도 하고, 나폴리탄을 올리기도 하는데 저도 한 번 글을 써볼까하고 용기내서 소설을 올려봅니다. 닉네임을 바꾼지 2주가 안되어서 익명으로 올릴수 밖에 없었습니다..ㅠㅠ 죄송합니다 이 소설에 대한 기본 설명은 댓글로 올리겠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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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23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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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03.06 02:41

창작소설 <폭우>는 총 3부 구성으로, 매주 1~2부씩 올라갈 예정입니다. 반응이 좋으면 다른 소설도 구성해서 올려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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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

03.06 02:43

한 교시는 통으로 날렸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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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03.06 02:44

ㄴ어제 집가서 밤에 글쓰고 오늘은 와서 다시 읽어보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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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

03.06 02:45

참된 소년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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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

03.06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