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직도 내가 뭔 짓을 한 건지 모르겠고
집 와서 누워 있는데도 심장이 계속 두근거려서 잠을 못 잠ㅋㅋ
한숨도 못자고 지금 등원중.....
일단 본인 소개부터 하자면
키 178에 그냥 평범하게 생긴 대깨설 부남임.
수탐은 나름 자신 있고 국어는 못하는 딱 그런 전형적인
그리고 내작마는 나랑 탐구 선택 둘 다 겹치는 같은 반 친구임.
사실 얘랑 처음부터 친했던 건 아니였어.
원래는 학원에서 몇 번 본 게 전부였고
서로 이름도 제대로 몰랐음.
내가 대문자 i라서 먼저 말도 못걸고
괜히 쌤 붙잡고 연애 상담도 하고 그랬음...
선특도 같이 듣고 그래서 같은 반 애 중에 유독 자주 마주치는 애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얘가 어디 앉아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더라.
라이브러리에서 마주치면 괜히 한 번씩 쳐다보게 되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괜히 웃게 되고
그러다 눈 마주치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선 피하고.
그렇게 몇달 동안 혼자 끙끙 앓다가
9모 전전주 쯤에 내가 작마한테 이클립스 피치맛 건네면서 처음 말을 걸었고
그거 계기로 조금씩 친해짐.
그 뒤로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하고
수업 끝나고 다른 분들 다 나가면 한두 마디씩 얘기하고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짐.
특히 선택특강 들을 때가 좀 묘했음.
남여 분단 가르는 통로 끼고 나란히 앉았는데
이상하게 그게 그렇게 좋았어.
처음엔 내가 작마 옆에 먼저 앉았는데
내가 먼저 강의실에 자리잡고 있을 때는
작마도 그 자리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앉더라.
서로 공부하고 있다가도 가끔 눈 마주치고
한 명이 웃으면 다른 한 명도 따라 웃고.
그런데 또 대놓고 뭐가 있는 사이는 아니니까
나도 그냥 ‘친해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음.
그러다 어제.
심자 전에 잠깐 바람 쐬러 나왔는데
밖에 공기가 딱 수능 얼마 안 남았을 때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었음.
작마가 갑자기
“와… 수능 냄새 난다.”
이러는 거임.
내가 웃으면서
“그러게 ㅋㅋ“
했더니
“근데 개춥다.”
하면서 몸을 살짝 웅크림.
그래서 나도 장난으로
“추워?”
했는데
“응.”
이러길래
그냥 안아버림.
진짜 별생각 없이 안은 건데
막상 안고 나니까 둘 다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임.
작마도 안 피하고 가만히 있고.
몇 초 지나니까 내가 괜히 민망해져서 놓으려고 했는데
작마가 오히려 내 옷 잡고
“잠깐만.”
이러더라.
그때부터 뭔가 이상해짐.
그 뒤로 다시 들어가서 공부하는데
솔직히 공부가 되겠냐고ㅋㅋ
아까 그게 계속 생각나는 거임.
혼자 베베 꼬여서 베시시 거리고 있고…
작마도 평소처럼 행동하는 것 같으면서
자꾸 나 쪽을 보는 것 같고.
그래서 내가 한 번 쳐다보면
얘가 눈 마주치고 웃다가 다시 책 봄.
그러다가 갑자기 누가 뒤에서 톡톡 치는거야
작마였어.
잠깐 나오라는듯이 손짓했고 나는 그대로 따라 나갔지
우리 계단에는 테라스가 있는데
그쪽으로 같이 나가서
“근데 너 원래 아무한테나 이래?”
이러는 거임.
“뭘?”
“안아주는 거.”
순간 할 말이 없어져서
“아니?”
했더니
작마가 내 어깨 살짝 치고는 혼자 웃음.
여기서 내가 괜히 심장이 뛰기 시작함.
그래서 나도
“그럼 너는?”
물어봤는데
“나는 뭐.”
“원래 아무한테나 그렇게 웃어줘?”
그러니까 잠깐 가만히 있다가
“너 모르고 있었어?”
이러는 거임.
진짜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짐.
사탕 건넨 것부터
선택특강 때 한 칸 건너 앉아서 괜히 눈 마주치던 것
조금 전에 안고 있었던 것까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갑자기 하나씩 연결되는 느낌.
그래서 내가
“뭘 모르고 있었는데?”
하니까
작마가 웃으면서
“됐어. 너도 눈치챈 것 같으니까.”
이러고 다시 들어가려고 하더라.
(아니 그렇게 말해놓고 가면 어떡하냐고ㅋㅋ)
결국 내가 붙잡고 먼저 물어봄.
“너 나 좋아해?”
그러니까 작마가 날 빤히 쳐다보다가 눈도 안 피하고
“그걸 이제 물어봐?”
이러더라.
그래서 내가 웃으면서
“언제부터?“
라고 물업봤더니
“꽤 오래전.“
이라고 함.
근데 생각해보면 ‘오래’라고 하기엔
우리가 친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
그래서
“얼마나?”
했더니
“너가 나 쳐다봤을 때부터.”
……
그러고는 들어가서 가방 챙기면서
책장 넘어로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고 웃는데
정말 이 세상에 단 둘이만 있는 거 같았음.
학원 나와서 내가 먼저
”지금은 안추워?“
라고 물어봤더니
”추워.“
이러길래 또 안음.
.
.
.
진짜 수능 얼마 안 남았는데 …….
세금 두배로 낼게요.
자랑은 맞아요.
구속하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