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선에 있는 n수생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는 방금 북극곰이 사실 왼손잡이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여러분을 응원해야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생에서 참으로 기묘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남들은 단풍 구경을 가고, 붕어빵의 가격을 논하며, 저녁 메뉴로 마라탕과 엽떡 사이에서 민주적인 토론을 벌일 때 여러분은 국어 지문에서 필자의 의도를 찾고 있습니다. 필자는 대체 왜 그런 의도로 글을 썼을까요? 본인도 기억 못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여러분, 기린의 혀는 보랏빛입니다. 세상에는 여러분이 아직 모르는 신비로운 사실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그러니 아직 모르는 수학 문제 몇 개가 있다고 해서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고, 어딘가에서는 별이 태어나고 있으며, 여러분이 오늘 틀린 30번 문제는 내일 다시 풀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고작 종이 몇 장에 인쇄된 문제를 풀기 위해 이렇게 오랜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종이 몇 장을 위해 버텨 온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종이 몇 장으로 전부 설명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어깨도 한 번 돌리고,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십시오. 혹시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면 일어나서 인간이 원래 두 발로 걷는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선의 n수생 여러분, 여러분의 오늘이 반드시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날은 공부가 잘되고, 어떤 날은 샤프심만 세 번 부러지고, 어떤 날은 분명 아는 문제인데 풀이를 보자마자 처음 보는 외계 문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게 사람입니다. 특히 수험생은 조금 더 그렇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마음속에 남겨 두십시오. 늦잠을 자도 좋고, 하루 종일 게임을 해도 좋고, 아무 목적 없이 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세상에는 아직 여러분이 먹어 보지 못한 음식이 있고, 가 보지 못한 장소가 있고, 만나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너무 겁먹지 말고 한 문제씩 풀어 봅시다.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이고, 인간의 평균 수명은 그에 비하면 정말 짧습니다. 그 짧은 인생에서 여러분은 지금 꽤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중입니다.
아, 그리고 갑자기 생각났는데 해달은 잘 때 서로 손을 잡기도 합니다.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요.
여러분도 서로 손을 잡아 주십시오. 꼭 실제로 잡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라브에서 옆 사람에게 갑자기 손을 내밀면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그냥 오늘 하루만큼은 서로 조금 덜 미워하고, 자신도 조금 덜 미워합시다.
모든 엔수생 여러분.
오늘도 살아남으십시오. 밥을 드십시오. 잠을 주무십시오. 그리고 내일 다시 책을 펴십시오.
여러분의 연필 끝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며, 올해는 모두 성불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