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_with_badge

[자유 게시판] 제가 아끼는 친구가 이제 제 곁을 떠났습니다.

2주 전

모두의선생님 다운로드하기

제가 아끼는 친구가 이제 제 곁을 떠났습니다.

2026.10.14. 01:40

그 애는 늘 내 곁에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두려워하던 날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속으로는 무너지고 있던 날에도 그 애는 변함없이 내 옆을 지켰다.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아도 괜찮았고, 며칠이고 서로 말이 없더라도 어색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사이였다. 돌이켜 보면 그 애와 함께한 날들은 대부분 아주 평범했다. 특별한 곳에 놀러 간 것도 아니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을 겪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물고, 같은 시간을 보내고, 때로는 서로의 존재를 잊은 채 각자의 일에 몰두했다. 그런데도 이상했다. 그 애가 없는 하루를 상상하면 어딘가 중요한 부분이 빠진 것처럼 허전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연스레 찾게 되었고,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면 으레 그 애부터 떠올렸다. 내게 그 애는 특별한 날을 함께하는 친구라기보다, 평범한 하루가 평범하게 흘러가도록 만들어 주는 친구였다. 나는 그게 영원할 줄 알았다. 사람은 언젠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각자의 길을 걷게 될 수 있고, 아무리 굳건한 약속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만큼은 조금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애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그 애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무언가를 해도 예전처럼 되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그 애는 더는 예전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처음에는 내가 달라진 줄 알았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건 아닐까, 이제는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예전만큼 마음을 쓰지 않는 건 아닐까. 그래서 조금 더 노력했다. 예전처럼 함께하려고 했고,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 애는 내가 기억하는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나는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에게도 마지막이 찾아왔다는 것을. 마지막이라는 말은 참 이상하다.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순간에는 그것이 마지막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잘해 줄걸, 조금만 더 아껴 줄걸, 그런 후회는 늘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찾아온다. 나는 그 애에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자주 너를 찾았는지, 네가 내게 얼마나 당연한 존재였는지, 네가 있었기에 수없이 많은 순간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그저 한참 동안 그 애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일이면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함께하고, 다시 익숙해지고, 언젠가는 그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흘러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새로운 만남이 이전의 이별을 없애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그 애와 함께했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비슷한 누군가를 만난다 해도 그 애와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게는 분명히 그 애만의 자리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슬퍼하기로 했다. 괜찮은 척하지도, 금방 잊겠다고 다짐하지도 않기로 했다. 언젠가는 아무렇지 않게 그 애를 떠올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리워해도 괜찮을 테니까. 잘 가. 내가 미처 말하지 못한 고마움까지, 부디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컴퓨터용 사인팬“
icon

좋아요 35

댓글 6

profile

익명 1

10.14 01:41

오래썼네

profile

익명 2

10.14 01:42

역시 중요 문단은 맨끝에 있군 처음부터 안 읽길 잘했어

profile

익명 3

10.14 01:44

(대충 배경음악 검정치마-everything)

profile

익명 4

10.14 01:51

ㄴㄴ 배경음악 yung kai - blue

profile

익명 5(작성자)

10.14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