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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나폴리탄] 전화해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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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부엉이🦉

2026.06.16. 08:04

[나폴리탄] 전화해

형준이에게,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 보내도 안 보길래 어쩔 수 없이 이메일 썼어. 결론부터 바로 말하면 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천천히 얘기해 볼게. 아니면 그냥 나한테 바로 전화해도 돼. 내 전화번호 알잖아? 일단 내가 졸업하고 대학 앞에서 자취 시작한 건 알고 있지? 아마 전에 얘기했던 것 같은데, 몰랐으면 지금 알면 되고. 이제 몇 달 됐는데, 학교도 좋고, 동네도 좋고, 자취하는 것도 좋아. 나는 나름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어. 특히 직접 요리하는 게 재밌더라고. 그런데 딱 한 가지 좀 문제가 있어. 아니, 이걸 문제라고 하는 게 맞나? 내가 3층에 살거든? 뭐, 건물 엘리베이터 있어서 층수는 딱히 상관없긴 한데. 창문에서 약간만 내려다보면 맞은편 건물 2층 실내가 보여. 전부는 아니고 약간. 보통은 커튼을 칠 텐데, 그 집은 그냥 통창을 내버려둬서 거실인지 방인지가 보이더라고. 물론 나는 일부러 볼 생각은 전혀 없지. 남의 집을 염탐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런데 하루는, 저녁에서 밤쯤? 잠깐 창문 열고 환기하는데, 거기 사람이 보이더라고. 중년쯤 된 남성이었는데, 특이한 건, 혼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어. 진짜 미동도 안 하고, 가만히 혼자서 창문 방향으로 무릎 꿇고 있더라니까? 물론 뭐, 명상하거나, 요가 같은 걸 하거나, 수련? 같은 걸 할 수도 있지.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 그런 사람인가 보다 했어. 그러고 나서 나는 잠깐 다른 일을 좀 하다가 다시 창문을 닫으러 갔지. 다시 슬쩍 창문 밖을 보니까 아까 그 사람은 안 보이더라. 여기까지는 그렇게 이상한 얘기는 아니지? 진짜 이상한 얘기는 지금부터야. 그 뒤로도 가끔 늦은 시간에 창문 밖을 보면 그 집에 무릎 꿇은 사람이 보였어. 문제는 무릎 꿇은 사람이 그 남성이 아니고, 매번 다른 사람이었다는 거야. 한두 명이면 가족이거나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매번, 적어도 열 번은 다른 사람이었어. 언제는 젊은 여성, 언제는 어린아이, 언제는 나이 든 할머니, 언제는 남학생, ... 무릎 꿇은 사람을 발견할 때마다 매번 바뀌었어. 이건 좀 이상하잖아? 대체 뭘까? 늦은 시간에, 매번 다른 사람이, 미동도 없이, 혼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이걸 설명할 수 있는 맥락을 못 찾겠던데. 나는 호기심이 생겨서 이제 마치 무슨 연구하듯이 관찰하기에 이르렀어. 하나씩 공책에 기록하기 시작했어. 언제, 몇 시에, 어떤 사람이, 무릎 꿇고 있었는지. 대체로 오후 8시에서 10시 사이였고, 사람은 한 번도 안 겹치고 매번 바뀌었어. 하지만 아무런 연관성도, 규칙성도, 뭔가 특별한 점도 못 찾겠더라. 사실 내가 뭘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지. 그 집이 나한테 피해를 준 것도 없으니, 가 볼 이유도, 신고할 이유도 없잖아? 오히려 그 집이 나를 발견했다면 신고할 순 있을 듯... 아무튼 그냥 상황이 이상해 보이는 것뿐이지. 그래서 계속 호기심에 기록하기만 했어.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걸 열 번인지 스무 번인지 보고 나서부터였어. 하루는, 생김새를 기록하는데 뭔가 내가 아는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우리 자주 가던 카페 있잖아? 길모퉁이에 약국 옆에? 거기 직원이랑 엄청 닮은 것 같은 거야. 네가 좋아했었던! 우연이겠지? 그냥 닮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 그런데 그 뒤로도 뭔가 내가 아는 사람인 것 같은 사람이 계속 등장했어. 언제는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 언제는 네 집 앞 국숫집 그 뚱뚱한 주인. 언제는 내가 다녔던 수학 학원 원장, 언제는 문구점 그 어깨 문신한 아저씨. 나는 점점 혼란스럽고, 소름이 돋는 것 같았어. 생각이 엄청 복잡해졌어. 신고를 해야 하나?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그런데 나는 딱히 피해를 당한 것도 없고, 진짜 그냥 우연일 수도 있고, ... 아니면 내가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 정신과를 가 봐야 하나?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는 날들이 계속됐고, 그리고 결국 오늘 네가 등장해 버렸어. 오후 9시 43분, 해가 진 밤에, 혼자서 가만히, 창문 쪽으로,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너. 아무리 봐도 형준이 너였어. 나는 숨이 턱 막히더라. 내가 너랑 알고 지낸 게 얼마인데, 너를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 그래서 당장 너한테 전화했는데.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안 보고, ... 거기 있었던 거 너 맞아? 나 진짜 좀 무서워. 제발 전화든 이메일 답신이든 연락 좀 해줘. 준서. * * *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준서"라는 이름의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집 앞 국숫집 주인은 여전히 뚱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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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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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06.16 08:04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apolitan&no=4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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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06.16 08:04

방학 시즌 나폴리탄을 모으느라 이번 괴담은 좀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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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06.16 08:04

대신 댓글에 적혀있던 글하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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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06.16 08:05

형준이의 괴담에 준서가 나온걸까? 아님 준서의 괴담에 형준이가 나온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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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

06.16 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