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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내가 하지 않은 고백에 차인썰...

9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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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지 않은 고백에 차인썰...

2025.06.15. 08:22

안녕하세요. 때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 날, 점심을 먹은 저와 친구들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놀고 있었죠. 그러다 날씨가 너무 더워 일찍 축구를 끝내고 교실로 가려던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 반 교실 복도에서부터 반 안까지, 남녀 할 것 없이 학생들이 빼곡히 서 있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무슨 일인지 알 턱이 없는 저는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반에 들어갔죠. 그런데 창가에 앉은 저희 반 여학생이, 나라를 잃기라도 한 사람처럼 큰 소리로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세히 보니 정말 서럽게 우는 그 여학생 주위로, 저희 반 여학생들과 다른 반 여학생들이 10명 넘게 모여 “울지 마” 소리를 내며 위로하고 있더군요. 제가 ‘뭔 일이지?’ 하며 자리에 앉는 그 순간, 갑자기 처음 보는 여학생들이 제 앞에 나타나 저보고 사과를 하라는 게 아니겠어요?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하고 묻자, 그걸 말이라고 하냐며 경멸의 표정을 지었더랬죠. 그러더니 저보고, 울고 있는 여학생에게 사과하라며 계속 소리를 지르더군요. 저는 그때, ‘아… 사람이 사람에게 저런 무서운 표정을 지을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달았고 지금도 생각하면 그때 왜 그랬을까…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 중 하나지만 그 무서운 아우성에 짓눌린 저는, 결국 울고 있는 반 여학생에게 다가가 제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사과를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여자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사과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잘못한 게 없더라도 사과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그렇게, 제 생에 가장 무서운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음 쉬는 시간이 되었더랬죠. 아직도 충격에 휩싸여 정신 못 차린 저는 바람이나 쐴 겸 학교 뒷마당을 걷고 있었는데 그때 제 친구들이 나타나선, 이번엔 저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더라고요. 제가 도대체 이번에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친구들이 알려준 자초지정은 이러했습니다. 그때 당시 저와 친구들은 장난기가 심한 개구쟁이들이라 서로에게 이런저런 장난을 치곤 했는데, 제가 잠시 화장실 간 사이에 한 친구가 제 이름으로 고백 편지를 작성하여 학교 방송부에 전달하는 아이디어를 내서 그걸 그대로 실천에 옮겨버린 것이었습니다. 학교 점심시간에는 방송부원들이 음악과 함께 여러 사연들을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친구들과 축구하고 있을 때 제 이름이 적힌, 제가 쓰지도 않은 고백 편지가 방송으로 송출된 것이었죠. 친구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듣는 순간, 정말이지 기분이 묘했습니다.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그런 장난을 친 것에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열여덟 살, 짧은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복잡미묘한 감정. 내가 쓴 것도 아닌 가짜 편지였지만, 나의 고백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어느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일이구나.” 그렇게 친구들의 설명을 듣고 사과를 받은 저는 “사과할 필요 없어. 그냥 고백 편지 말고 다른 웃긴 거 신청하지 그랬냐”며 억지로라도 웃어 보였죠. 그리고 방과후, 비록 친구들이 한 일이었지만 경위가 어찌 됐든 고백 공격을 받아 서럽게 오열한 그 여학생에게 카톡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남겼습니다. 그 여학생은 “장난이었던 걸 이제 알아서 괜찮다”며 웃으며 괜찮다고 했던 것이었더랬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그 여학생이 저희 반의 잘생긴 남학생을 진심으로 좋아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큰 키, 소위 말하는 인싸 중의 인싸였죠. 그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 그 정도면 정말 펑펑 울만 하지…” 자기가 좋아하던 사람은 따로 있는데 전혀 엉뚱한 제가 전교 방송으로 갑자기 고백이라니… 얼마나 놀라고 속상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백할 게 있어요. 지금에서야 이야기하는 거지만, 사실 저는 그 여학생을 좋아했거든요. 제가 직접 전한 마음은 아니었지만 서럽게 울던 그 친구의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이 슬펐더랬죠. 세월이 흘러 지금은 친구들과 술 마시며 웃으며 하는 이야기들 중 하나가 되었지만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는 무언가가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여러분도 이런 사연이 있나요? 있다면 알려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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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25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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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6.15. 08:28

재밌게 읽으셨다면 다른 사연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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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

25.06.15. 08:29

공방와 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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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6.15. 08:29

알려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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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6.15. 08:29

사연공장 9시간 짜리 들으면서 재밌는거 올린거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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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

25.06.15. 0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