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생이 저한테 와서 선생님은 살면서 언제가 가장 힘드셨냐고 물어보면 저는 주저 없이 2021년 2월이라고 할 겁니다.
강사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대가 정말 심했어요. 그래서 2년 안에 성공 못 하면 그만두겠다고 약속하고 선릉에 작은 사무실 하나 얻어서 시작했습니다. 인맥도 없고 저를 써주겠다는 곳도 없었어요. 그래서 3개월 동안 거의 모든 시간을 일에 쏟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자친구와는 데이트 한 번 제대로 못 했고 결국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친한 친구 A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 친구와 통화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갑자기 그런 소식을 듣게 되니까 정말 무너졌습니다.
그 이후 몇 달 동안은 술을 마시고 일하고를 반복했어요. 심지어 친구의 죽음까지 제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강사를 하겠다고 고집부리지 않았으면, 내가 좀 더 신경 썼으면 이런 일들이 안 생겼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그렇게 한참을 자책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사람은 아무리 깊은 곳까지 떨어져도 결국 자기 삶의 궤도로 돌아오더라는 겁니다. 힘들어할 수는 있어요. 무너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능을 앞둔 여러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수능을 잘 볼 수도 있고 못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여러분이 보낸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수능은 1년, 2년, 길게는 몇 년 동안 쌓아온 시간을 단 하루의 결과로 평가하는 시험이에요. 그래서 결과가 안 좋으면 그 시간까지 무가치했던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공부하면서 버틴 시간,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 힘들어도 책상 앞에 앉았던 시간은 전부 남습니다.
나중에 인생을 살다 보면 또 힘든 일이 생길 거예요. 그때 분명 이런 생각이 날 겁니다. “내가 고3 때도 버텼고, 재수할 때도 버텼는데 이것도 못 버티겠냐.”
여러분은 앞으로 살면서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1년 이상 모든 걸 쏟아붓는 경험을 다시 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경험은 결과와 상관없이 여러분 인생에 남게 돼요.
그러니까 수능장에 들어갈 때는 결과를 걱정하지 말고 본인이 쓴 시간을 믿고 들어가세요.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아무도 여러분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내가 안 한 게 아니잖아요. 내가 버틴 시간이 있잖아요. 그 시간을 믿고 자신감 있게 시험을 치면 됩니다.
잘 되든 안 되든 여러분이 보낸 시간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여러분 인생의 자양분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끝까지 자신을 믿고 가세요. 여러분이 쓴 시간을 존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