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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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8.27. 11:35
7. 지이이익. 귀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방송이 울려퍼졌다. [방송 : 관리사무소에서 알립니다. 규칙 안내방송입니다. 그것들은 삼행시를 못합니다. 반드시 어디 기록해두시고 꼭 숙지하세요.] [방송 : 첫째, 나가세요. 집안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방송 : 둘째, 가다가 지치면 창문으로 뛰어내리세요.] [방송 : 셋째, 지옥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습니다.] [방송 : 넷째, 마음대로 걸어도 좋지만 관리사무소로 오는 걸 추천합니다.] [방송 : 다섯째, 새로 이사 왔다며 말을 거는 이를 쳐다보지 말고 도망치세요.] [방송 : 여섯째, 요괴를 퇴치한다는 어떤 미신도 효과가 없으니 시도하지 마세요.] A는 피곤한 얼굴로 폰에 방송 내용을 받아적고 있었다. 다들 방송에 귀를 한껏 기울이고 있다. 나는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피곤하여 후드의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그래. 이럴 때 생존일지라도 기록해두자.
익명 1(작성자)
25.08.27. 11:35
나는 폰을 들어 메모장 어플을 켰다. [방송 : 전 구간 검열 없음 확인. 이제 이 방송 내용이 반복되어 송출됩니다. 어디 기록하시고 꼭 생각하세요. 그것들은 삼행시를 못합니다.] 이후로 구린 스피커는 계속 규칙 안내방송만을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듣고 기록한 A가 오랜만에 웃으며 다급히 손짓했다. 모두가 무릎으로 기어서 텐트 중앙의 폰을 보자, A가 우리에게 속삭였다. [A : 알아냈어! 삼행시라더니 이거였어. 모든 규칙의 첫 글자!] [C : 그게 무슨 말이야?] [A : 첫 글자만 다 모아봐.] 잠시 폰을 내려다보던 D가 중얼거렸다. [D : 나가지마새요.] [C : 거 이상한데? 첫 규칙이 나가세요잖아.] [A : 검열이라고 했잖아. 무언가가 방송을 검열하고 있는 거지. 저번에 그 다 깨진 방송처럼.] [D : 그러네. 하지만 그 검열하는 것은 삼행시를 모르니까 그것이….]
익명 1(작성자)
25.08.27. 11:35
C가 급하게 끼어들었다. [C : 만족할 만한 내용으로 검열을 피하고, 진짜 메세지는 첫 글자로 준 거구나.] [A : 관리사무소에 저것들을 피해서 우릴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나는 아주 약간의 희망을 품게 된 친구들의 대화에 끼지 못했다. 1일 차의 내 생존일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넷이 별을 보러 옥상에 올라왔다. 밖에는 B가 있고, 이 텐트 안에는 나, A, C, D, 이렇게 넷이 있다. 우린 어느새 다섯이 됐는데 그것을 전혀 몰랐다. 무언가가 우리 사이에 끼어서 친구인 척 하고 있다.
익명 1(작성자)
25.08.27. 11:36
8. 나는 머리를 쥐어짜냈지만 누가 가짜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다섯이 모두 내 기억에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C : 남은 물이 좀 있으니 절대 텐트 밖으로 나가지 말자.] [A : 나가지 말라고 했으니까.] [D : 그 와중에 물을 챙겼구나!] [C : 겨우 생각이 났어. 들어오기 직전에.] 저벅. 갑자기 텐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 속닥거리던 친구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나도 숨을 급히 들이키고 엎드렸다. 저벅. 저벅. 텐트 밖에 무언가가 걸어다니고 있다. 맨발이 옥상 바닥을 밟는 듯 조금은 끈적한 발소리. 텐트의 주황색 천 너머에 희미한 그림자가 생겼다. 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휘날리는 왜소한 여자의 형상이다. 휘청거리고 절뚝거리는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커졌다. 그것이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 : 저기요….] 손가락이 텐트 문을 지그시 누르더니, 아래로 긁었다
익명 1(작성자)
25.08.27.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