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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나폴리탄] 그것은 삼행시를 모른다

6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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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그것은 삼행시를 모른다

2025.08.27. 11:34

* 출처: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 * 괴담의 원리 시리즈 2편이야! * * 조금 혐오스러운 표현이 있어 (자 살 또는 식 인) * * 댓글에 이을게 ㅎㅎ * ​1. ​ [방송 : 관리사무소에서 알립니다.] ​ 에브리 파크 아파트 101동 곳곳의 스피커가 잡음과 함께 울렸다. ​ [방송 : 당장 귀가하시고, 절대 집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다시 말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집밖으로 나오거나 문을 열지 마십시오.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 나는 친구들과 아파트 옥상에서 망원경을 설치하다가 그 이상한 방송을 들었다. 우리 넷은 서로를 보며 뭔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웃었다. 잠시 후. ​ 다다다닥. 계단과 연결된 옥상 문 안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소리는 점점 커졌고, 다급한 숨소리와 허둥거리며 벽을 치는 소리, 그리고 마침내. ​ 쿵쿵! ​ [누군가 : 저기요! 거기 사람 있죠? 열어줘요! 빨리! 문 좀 열어봐요!] ​ 별 구경을 방해받지 않으려고 미리 잠궈둔 옥상문을 누군가가 두드린다. ​ [누군가 : 제발요. 제발. 제발. 부탁합니다. 와요…. 저 죽으면 안 돼요….] ​ 문을 마구 때리고 긁고 문고리를 힘껏 비트는 소리, 절규. 그 처절함에 나는 몸이 굳어서 친구들의 눈치만 살폈다. 친구들도 당혹스러운지 멀뚱히 서서 입을 여는 사람조차 없었다. ​ [누군가 : 안 돼…. 안 돼….] ​ 문을 긁는 소리는 점점 약해지고, 악을 지르는 괴성도 점차 줄어들 때. ​ 다다다닥. 뛰는 소리. 달칵. 계단 창문 같은 걸 여는 소리. 잠시 정적. 그리고. 철퍽! 옥상문 반대편이 아니라, 아파트 아래에서 들려오는… 무언가 으깨지는 소리. ​ 나는 직감적으로 그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어서, 도무지 아래를 내려다 볼 수가 없었다. 용기 있게 고개를 내밀고 밖을 내려다 본 C는 눈을 질끈 감고 구역질하기 시작했다. ​ 결국 아직까지 구토를 하고 있는 C를 제외한 우리는 다 같이 내려다 보았다. 반 쯤 뭉개진 시체가 부서진 몸을 질질 끌고 다시 아파트 안으로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2. 인터뷰. ​ [남자 : 반갑습니다. 내가 바로 [공포특급]입니다.] ​ 카페에서 따듯한 라떼를 시키고 앉아 있으니, 갈색 코트를 입은 깡마른 남성이 내 맞은편에 앉았다. 공포특급. 오픈채팅에서 우연히 보고 오늘 약속까지 잡은 닉네임이다. ​ 나는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나 : 정말 실제로 겪은 괴담을 말해주면 돈을 주십니까?] [남자 : 그럼요.] ​ 남자는 손을 들어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키고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 [남자 : 나는 그것들의 원리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벌써 두 개나 알아냈지요. 당신의 이야기가 나를 세 번째로 인도해 줄 영감의 원천이길 바랍니다.] [나 : 원리……. 그렇군요.] ​ 잠시 눈을 감고 떠올려보면, 그 때의 기억은 흐릿하고 안개가 잔뜩 껴있는 것처럼 갑갑하다. 나는 옆에 둔 가방에서 ‘에브리 파크 101동’이라고 적힌 종이 뭉치를 꺼냈다. 이것은 구멍이 엉성한 내 기억보다 더 선명하고 진한 기록이다. ​ [나 : 저도 그것의 원리를 하나 알고 있습니다.] ​ 내 말에 공포특급이 입가에 웃음기를 지우며 눈을 반짝였다. ​ [남자 : 무엇인가요?] [나 : 그것은 삼행시를 모른다.] 3. ​ 눈을 뜨자 보이는 건 텐트의 주황색 천장이다. 조금 몽롱한 채로 가만히 뾰족한 텐트 끝을 응시하고 있으니 서서히 무언가 떠오른다. ​ 다 같이 밤새 별을 보자며 넷이 함께 옥상으로 올라왔고. 텐트와 망원경을 설치하는데 들린 그 기이한 방송. 그리고, 그 흉측한 장면. ​ 끔찍한 밤이었다. 간헐적으로 찢어지는 비명이 들리고, 신나는 웃음소리도 들렸다. 가끔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는 듯 다른 소음보다 더 선명한 말소리도 들렸다. 열어주세요라고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소리. 그러나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금방 사라지곤 했다. ​ D는 내 옆에서 사색이 되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나는 D와 함께 텐트 밖으로 나갔다. 4. 인터뷰. ​ 공포특급은 내 말을 듣고는 고민하는 듯 눈썹을 찡그리다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두 손바닥을 비볐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막대기 같은 것을 꺼냈다. 막대기의 측면에 달린 버튼을 누른 남자는 그것을 주머니가 아니라 테이블 가운데에 두고는 입을 열었다. ​ [남자 : 사행시…, 아니 삼행시라. 조금 의외군요.] [나 : 못 믿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들어보세요.] ​ 나는 종이 뭉치 중 몇 장을 꺼내 눈에 가까이 대고 글자를 읽었다. ​ [나 : 깨어난 우리는 다섯이 모여 서로의 몰골을 확인했다. 모두 잠을 설친 듯 개판이었다. 갑자기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동내에 울려퍼지고 관리사무소의 방송이 전해졌다.] ​ 공포특급이 내 말을 끊으며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 [남자 : 실제로 방송이었나요? 아니면 환청?] [나 : 방송입니다.] ​ 내 대답에 남자는 뭔가 만족했다는 듯 웃으며 말을 계속하라고 손사래를 쳤다. 나는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 [나 : 당장 집밖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스피커는 이렇게 말했다.] [남자 : 그것 참 기이하군요. 전날에는 나오지 말라고 하더니.] 5. ​ [A : 말이 다르잖아. 어떤 말을 믿어야 되지?] [D : 아니 애초에 저 방송이 정상일까? 밤에 그 웃음소리들 나만 들었어?] [C : 똑바로 들어보자, 일단.] ​ 방송이 계속 됐다. ​ [방송 : 관리비서실에서 알린다? 립니다. 방에 들어가든 말든입니다. 그렇습니까? 고마워요.] ​ 지지직거리는 잡음 사이로 아예 부서진 문장이 나열된다. ​ [C : 똑똑한 사람이 저거 해석 좀 해봐.] [나 : 귀신 들려서 헛소리하는 게 분명해.] [B : 근데 여기 옥상에서 평생 있을 순 없어.] [C : 한 번 나가볼까?] [B : 나는 나가 봐야 된다고 생각해.] ​ 모두 말렸지만 B는 한사코 나가보겠다고 했다. ​ [B : 내가 아파트 밖으로 나가서 경찰 부를게. 나가면 전화도 제대로 되겠지. 이상한 웃음소리만 나는 게 아니라.] [C : 뇌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너 그걸 보고도 저기 밖에 나가겠다고?] [B : 갔다올게.] ​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던 B는 결국 옥상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A는 잽싸게 달려가서 옥상 문을 다시 잠갔다. 터벅. 터벅. B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 그러던 중 돌연 B의 잔뜩 날 선 목소리가 들린다. ​ [B : 잠깐, 거기 누구야.] [B : 아, 당신이군요.] ​ 하지만 곧장 B의 목소리에서 힘이 탁 풀리고, 반가워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 [B : 반가워요. 어젠 미안했어요. 무서워서… 그러게요. 와, 내장이 참 빨갛네요. 부럽습니다. 먹어도 된다고요? 말만이라도 고마워요.] ​ 그리고는 다다다닥 하고 무언가 계단을 뛰어 올라오더니, 건물 안쪽에서 옥상 문을 두드렸다. 똑. 똑. ​ [B : 얘들아. 문 좀 열어봐. 꼭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 [B : 얘들아? 거기 있는 거 알아. 열어보라니까?] ​ 저 너머에 있는 B는 분명히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친구들과 어깨를 벌벌 떨며 속삭였다. ​ [C : 가볼까? B가 이상한데. 구해야 될지도 몰라.] [D : 미쳤어? 저 문 열면 우리 다 죽을 거야.] ​ 쾅! 쾅! B는 문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 [나 : 열지 말자. 저건 더 이상 B가 아니야. 알겠지?] [C : 좋아. 동의해.] [A : 너무 끔찍해. 대체 왜 이런 일이….] [C : 아니 그러지마. 지금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해.] ​ 그때, 다시금 방송이 들려왔다. ​ [방송 : 집밖으로 나오면 즐겁습니다. 이는 테스트용 방송이니 무시해도 좋습니다. 현상을 설명하지 않아도 검열이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방송 : 확인했습니다.] ​ 지지직. 지지직. 찢어지는 소음 사이로 방송이 계속 됐다. ​ [방송 : 그것들은 삼행시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다시 이 방송이 들릴 때 귀를 기울여주세요.] ​ 뚝, 하고 방송이 끊긴 옥상에는. 끼이익. 끼기긱. 끼긱. ​ [B : 야! 개새끼들아! 이거 열라고! 씨발!] ​ 옥상 문을 두드리다 지쳐서 손톱으로 박박 긁는 B의 절규만이 들리고 있었다. 6. 인터뷰. ​ [남자 : 것 참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 남자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 [남자 : 은은하지만 지독한 무언가가 점점 다가오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나 : 우리 넷은 텐트 하나에서 다 같이 있기로 했다. 좁아서 편하게 누울 수도 없었지만 차라리 이게 나았다. 문 건너편의 B는 힘을 다 했는지 조용했다. 어쩌면 아까 아파트 아래에서 들린 철퍽 소리가 B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거기까지 읽고 나는 목이 타는 것 같아서 잠시 종이에서 눈을 떼고 커피를 마셨다. 공포특급이 재촉했다. ​ [남자 : 다음은 어떻게 됐죠?] [나 : 다음은… 방송입니다.] [남자 : 알 수 없는 그 방송 말인가요?] [나 : 아니요….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그건….] [남자 : 고통스러운 기억이라면 천천히 떠올리셔도 좋습니다.] ​ 나는 잠시 심호흡하고 다시 종이를 들고 눈앞에 가져다댔다. 공포특급이 걱정스레 말을 건넸다. ​ [남자 : 있죠. 너무 힘들면 여기서 그만하셔도 됩니다.] [나 : 아뇨. 종이를 보고 읽으면 됩니다. 괜찮아요.] [남자 : 어지러우면 언제든 말을 멈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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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8.27. 11:35

7. ​ 지이이익. 귀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방송이 울려퍼졌다. ​ [방송 : 관리사무소에서 알립니다. 규칙 안내방송입니다. 그것들은 삼행시를 못합니다. 반드시 어디 기록해두시고 꼭 숙지하세요.] [방송 : 첫째, 나가세요. 집안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방송 : 둘째, 가다가 지치면 창문으로 뛰어내리세요.] [방송 : 셋째, 지옥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습니다.] [방송 : 넷째, 마음대로 걸어도 좋지만 관리사무소로 오는 걸 추천합니다.] [방송 : 다섯째, 새로 이사 왔다며 말을 거는 이를 쳐다보지 말고 도망치세요.] [방송 : 여섯째, 요괴를 퇴치한다는 어떤 미신도 효과가 없으니 시도하지 마세요.] ​ A는 피곤한 얼굴로 폰에 방송 내용을 받아적고 있었다. 다들 방송에 귀를 한껏 기울이고 있다. 나는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피곤하여 후드의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 그래. 이럴 때 생존일지라도 기록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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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8.27. 11:35

나는 폰을 들어 메모장 어플을 켰다. ​ [방송 : 전 구간 검열 없음 확인. 이제 이 방송 내용이 반복되어 송출됩니다. 어디 기록하시고 꼭 생각하세요. 그것들은 삼행시를 못합니다.] ​ 이후로 구린 스피커는 계속 규칙 안내방송만을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듣고 기록한 A가 오랜만에 웃으며 다급히 손짓했다. 모두가 무릎으로 기어서 텐트 중앙의 폰을 보자, A가 우리에게 속삭였다. ​ [A : 알아냈어! 삼행시라더니 이거였어. 모든 규칙의 첫 글자!] [C : 그게 무슨 말이야?] [A : 첫 글자만 다 모아봐.] ​ 잠시 폰을 내려다보던 D가 중얼거렸다. ​ [D : 나가지마새요.] [C : 거 이상한데? 첫 규칙이 나가세요잖아.] [A : 검열이라고 했잖아. 무언가가 방송을 검열하고 있는 거지. 저번에 그 다 깨진 방송처럼.] [D : 그러네. 하지만 그 검열하는 것은 삼행시를 모르니까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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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8.27. 11:35

C가 급하게 끼어들었다. ​ [C : 만족할 만한 내용으로 검열을 피하고, 진짜 메세지는 첫 글자로 준 거구나.] [A : 관리사무소에 저것들을 피해서 우릴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거야.] ​ 나는 아주 약간의 희망을 품게 된 친구들의 대화에 끼지 못했다. 1일 차의 내 생존일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 우리는 넷이 별을 보러 옥상에 올라왔다. 밖에는 B가 있고, 이 텐트 안에는 나, A, C, D, 이렇게 넷이 있다. ​ 우린 어느새 다섯이 됐는데 그것을 전혀 몰랐다. 무언가가 우리 사이에 끼어서 친구인 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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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8.27. 11:36

8. ​ 나는 머리를 쥐어짜냈지만 누가 가짜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다섯이 모두 내 기억에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 [C : 남은 물이 좀 있으니 절대 텐트 밖으로 나가지 말자.] [A : 나가지 말라고 했으니까.] [D : 그 와중에 물을 챙겼구나!] [C : 겨우 생각이 났어. 들어오기 직전에.] ​ 저벅. 갑자기 텐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 속닥거리던 친구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나도 숨을 급히 들이키고 엎드렸다. ​ 저벅. 저벅. 텐트 밖에 무언가가 걸어다니고 있다. 맨발이 옥상 바닥을 밟는 듯 조금은 끈적한 발소리. ​ 텐트의 주황색 천 너머에 희미한 그림자가 생겼다. 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휘날리는 왜소한 여자의 형상이다. 휘청거리고 절뚝거리는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커졌다. 그것이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 : 저기요….] ​ 손가락이 텐트 문을 지그시 누르더니, 아래로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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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8.27. 11:36

모두의선생님 | [나폴리탄] 그것은 삼행시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