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 최명길 요원 면담 기록 중 일부
[요원은 탐사에서 돌아온 뒤 10분56초간 김준경 과장과 면담을 진행하였다. 아래는 그 내용의 일부이다.]
김준경: 1차선에 있던 것은 무엇입니까?
최명길: (온화하게 웃으며)궁금하십니까?
김준경: 궁금하지요. 그것을 직접 보고도 돌아왔다고 방금 말하지 않았습니까? 1차선의 그것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피해자는 줄어들겁니다. 혹시 기억하기 괴로우시면 마음을 추스릴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최명길: 아니요, 괴롭긴요. 오히려 기쁩니다. 호기심은 잘 닦인 길과 같아서 달리기에 어려움이 없지요.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호기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준경: 갑자기 무슨 말인가요?
최명길: 종이와 펜을 주시겠습니까?
김준경: 제가 메모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최명길: 하나 하나 말하기엔 너무 길어서요. 부탁드립니다.
[김준경은 펜과 수첩을 건네주고 심문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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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훈 부장 0급 인지오염체 탈취 사건에 대한 심문기록
2022년 11월19일 오전11:34
[오명훈은 해서동 지부 행정부에 근무하는 자로서 직급은 부장이다.
사건 발생 일 주일 전 그의 딸이 스스로 소망대교에 진입하여 실종된 이후 0급 인지오염체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진술했다.
그는 전기회로를 조작하여 보안시설을 정전시킨 뒤 USB를 탈취했다. 이미 정보오염이 진행되어 경고문에 금고 비밀번호가 기입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노트북에 0급 인지오염체를 삽입하여 문서를 열람하였다. 그는 탈취 후 95분 이후 본인의 차량에서 체포 및 압송되었다.
인지오염위험도를 측정하기 위해 XD190을 복용한 곽민성 요원이 유도심문을 진행하였다.]
//곽민성//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왜 그것과 접촉한 것입니까?
//오명훈//
말했잖나. 딸래미가 왜 거기에 갔는지 알고싶었어. 그 것 뿐이야.
//곽민성//
다른 안전한 기록도 있었습니다. 당신은 9차 탐사기록을 제외하면 모든 정보를 열람할 권한이 있지 않습니까?왜 하필 9차 탐사기록이 필요했던겁니까?
//오명훈//
그것도 말했지. 호기심 때문이라고.
//곽민성//
겨우 그런 이유라고요?
//오명훈//
"겨우"라니, 이건 그런 종류의 호기심이 아니야. 난 원래 그런것에 관심조차 없었어. 알 게 뭐야, 난 행정부 소속이라고. 씨발.
소망대교니 뭐니 좆같은 다리는 매 달 올라오는 실종자 보고서로만 접했다고. 난 거기 도장을 찍었을 뿐이고.
그런데 있잖나, 내 딸내미가 그렇게 되고 나니까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어.
대체 왜 그 생지옥으로 들어갔는지, 어째서 입구에 세워진 경고문을 보고도 들어가야만 했는지 알아야 했어.
난 이제 그 이유를 알아.
지금껏 수 많은 사람들이 경고문을 무시한 채 소망대교로 뛰어든 이유,
인부들이 자꾸 실종되어서 콘크리트로 입구를 막을 수조차 없는 이유,
정보부의 인지저항약물 소비가 유독 큰 이유.
바로 호기심 때문이야.
가끔씩 해무가 옅어지면 강변도로 끝자락에 소망대교가 모습을 드러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시하지만, 불쌍한 민정이는 작은 호기심을 가졌어.
"처음 보는 다리네, 원래 저기 있었나?"
그리고 며칠 뒤 민정이는 지옥으로 스스로 뛰어들었지.
나도 그랬어. 한 번 생긴 관심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더군. 자네는 정보부니까 알겠지. 그 끈적하고 따끔따끔한 호기심, 두개골을 갈라서 뇌를 박박 긁어내고싶은 호기심말이야.
//곽민성//
(자리에서 일어서며)
2급 인지오염자로 판별됨. 그럼 이만.
//오명훈//
자네도, 궁금하지 않나?
//곽민성//
허튼 수작 마시죠. 저는 약물 처방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그나마 치료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으니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당분간 독방에서 귓구멍에 주사를 꽂고 살아야 겠지만.
//오명훈//
(비웃으며) 그런가. 궁금하지 않단 말이지. 알겠네. 그럼 나가보게.
[곽민성이 문쪽으로 다가간다. 그의 걸음이 망설이듯 느려지더니 문 앞에서 멈춘다. 문고리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가 뒤돌아선다.]
//곽민성//
하나만 묻죠. 대체, 거긴 뭐라고 적혀 있었습니까?
[오명훈이 환하게 웃는다.]
//오명훈//
알고싶나?
//곽민성//
(침묵)
//오명훈//
자네도 이미 알고 있어.
//곽민성//
아니요, 전 그걸 본 적없어요.
//오명훈//
그래, 넌 본 적 없겠지. 질문 하나만 할까. 보고서의 문항이 총 몇 개지?
//곽민성//
서른 세...어?
//오명훈//
그 때 투입된 요원의 이름은?
//곽민성//
최명...어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 왜 알지? 내가 왜 알고 있는거지?
//오명훈//
그럼 1차선에 뭐가 있는지도 알겠니?
[곽민성은 비명을 지르고 두피를 박박 긁으며 바닥을 뒹군다. 살점이 벗겨지고 피가 쏟아진다. 인지 과부하로 비혈이 흐른다.
오명훈이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곽민성이 발작을 멈춘다. 오명훈은 새빨간 눈동자로 그를 내려다보며 인자한 목소리로 말한다.]
난 이미 너에게 닿았단다. 밀려드는 생각들을 거부하지 말려무나. 보고서의 항목은 서른 세 개. 매 항목의 첫글자들. 그곳에 내 흔적을 남겨두었어. 그저 떠올리기만 하면 돼.
어서 오렴. 생각의 끝자락에 난 두 팔 벌리고 기다린단다.
//곽민성//
..새 친구야 안녕
//오명훈//
우린 이제 함께야.
//곽민성//
난 붓, 넌 물감.
//오명훈//
함께 구름을 마시며 하늘을 칠하자
//오명훈//
빨갛게.
//곽민성//
빨갛게.
*이후 오명훈과 곽민성은 실종처리되었다.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두 인물을 1급 오염체로 지정하고 추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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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익명 1(작성자)
25.08.26. 11:25
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357
이걸로 소망대교 시리즈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