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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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9.13. 11:17
이혜진이 말렸으나 버럭 소리 지른 노인은 화를 참지 않았다. “이건 장난이 아니야. 아니지, 장난으로라도 이래선 안 돼. 이래선 안 되는 거다. 알겠는가? 나는 이런 몹쓸 짓을 하는 놈의 낯짝이라도 봐야겠어!” 얼마 후, 모두가 방으로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도 노인은 탁자 앞에서 고요히 눈을 감고 진실을 기다렸다. 앵무새는 그런 노인을 보며 즐겁게 웃었다.
익명 1(작성자)
25.09.13. 11:18
그 날 밤, 무언가와 대화하는 노인의 잔잔한 목소리가 아래에서 들렸다. 목소리는 누군가가 박장대소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다음 날, 우리는 같이 1층으로 내려갔다. 노인은 밝은 미소가 걸린 얼굴과 상반신만 남아 탁자 위에 놓여 있고, 앵무새는 그 옆에서 천조각을 우물거리고 있다. 그리고 로비의 벽에는 붉은 글씨. 한 때 노인의 몸 속에 흐르던 피는 이제 하나의 글귀가 되었다. [비로소 나는 세 번째 원리를 알았노라.] 그렇게 써있었다.
익명 1(작성자)
25.09.13. 11:18
7. 나는 앵무새의 뺨을 때렸다. 노인의 마지막을 목격한 유일한 녀석이 이 빌어먹을 자식이었다. “이 사람. 마지막에 누구랑 얘기 했지? 너는 봤잖아. 대답해.” 앵무새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탁자 쪽을 보고만 있다가, 돌연 눈동자를 빙글 돌려서 나와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그것이 키득키득 웃었다. “밤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대답하라고.” 나는 화가 났다. 왜 화가 났는 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노인이 죽어서? 인간답지 않은 취급을 당해서? 아니면, 사지가 없는 앵무새는 스스로 노인의 몸을 먹을 수 없으니까. 누군가가 노인의 하반신을 잘라 앵무새에게 먹였으니까. 나는 그래서 화가 나는 거야. 밀실 속에 점점 물이 차오르듯, 피할 수 없는 무언가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어서. 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나는 억지로 분노한다.
익명 1(작성자)
25.09.13. 11:19
“……당신인가?…” 그 순간, 앵무새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노인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나는 그 입에 바짝 귀를 댔다. “……그렇구만……그래서……살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앵무새는 어제 노인이 나눈 대화를 흉내내고 있다. “……하지만……그렇다면 당연한 결론이지 않나…….” 아주 작아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던 목소리가 갑자기 또렷해진다. “…자네를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노인 목소리 흉내는 거기까지였다. 그 후로 앵무새는 깔깔 웃기만 했다. 나는 앵무새를 놓아주고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현식 형. 괜찮으세요?” 경민이는 내가 걱정됐는지 그렇게 물었다. 아니, 어쩌면 걱정하는 척 하는 걸지도. “다음은 저인가봐요.”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혜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익명 1(작성자)
25.09.13.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