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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나폴리탄] 행복한 우리집

6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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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행복한 우리집

2025.09.13. 11:17

* 출처: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 * 괴담의 원리 마지막 3편이야! * * 나폴리탄 보기 거북했던 뿌엉이들 있었담 미안해 ㅜㅜ 수능 잘 보자 우리! * * 댓글로 이을게 ㅎ_< * 1. 이혜진 ​ “혜진 씨, 피곤해보이네.” “아……, 괜찮아요.” “안 괜찮아보이는데?” “화장실 다녀올게요.” ​ 부장이 은근슬쩍 어깨에 얹는 손을 피하면서 그녀는 급히 일어섰다. 그 길로 여자 화장실까지 오고 나서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 힘들다. 사무실의 유일한 여직원을 향한 더러운 손길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 간다. 이 회사 생활은 점점 당겨지는 고무줄이니, 결국 파열하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무기력했다. ​ 신경질적으로 세수를 하고 고개를 들자 거울 속의 그녀가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흠칫 놀랐다. 그녀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것이 그 집으로 끌려가기 전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다. 2. 김현식 ​ 프릴이 치렁치렁 달린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방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거대한 탁자. 그리고 그 식탁을 둘러싸고 띄엄띄엄 앉아 있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다. 그 중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 “아하. 드디어 마지막 ‘가족’이 나타났군.” ​ 나는 언제든 반응할 수 있게 온 몸의 근육을 바짝 긴장시키고, 천천히 걸어서 빈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입 안에서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고 있는데 노인이 선수를 쳤다. ​ “잠깐! 궁금한 게 많겠지만 우리도 아는 게 없네. 자네처럼 정신을 차려보니 이 곳이었어.” ​ 나는 여전히 긴장을 놓지 않고 노인에게 물었다. ​ “여긴 어딥니까.” “모르지.” ​ 즉답한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덧붙였다. ​ “이 집에는 밖과 연결된 곳이 없어. 문도, 창문도, 심지어 환기구도 없다네. 오직 저것 뿐이야.” ​ 노인이 가리킨 것은 한 쪽 벽을 꽉 채운 알록달록한 글씨들이다. ​ [행복한 우리집 규칙!] [1번! 화목한 우리 다섯 가족! 가족과 함께라면 영원히 집에서 같이 살 수 있어!] [2번! 살아있는 가족들은 밤에 자기 방을 나오지마!] [3번! 앵무새 밥 주는 거 잊지 마!] ​ “앵무새요?” ​ 나는 주변을 둘러봐도 새 같은 건 보이지 않아서 물었다. 노인은 턱짓으로 식탁 한 쪽을 가리켰다. 거기 있는 건 팔다리가 없이 머리와 몸통만 의자에 덜렁 올라가 있는 사람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탁자에 코를 바짝 붙인 채 혼자 끊임 없이 뭐라고 중얼거린다. ​ “자네가 다섯 번째니까, 아무래도 저게 앵무새겠군.” ​ 속이 메스꺼웠다. 3. ​ 나와 노인, 깡마른 남자, 곱상한 여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 그리고, 앵무새. ​ 우리는 이 집에서 정신을 차린 순서대로 서로를 간단히 소개하기로 했다. ​ “이혜진이라고 합니다.” “음?” ​ 내가 미간을 찡그리는 걸 눈치 챘는지 이혜진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 “하하. 이름이 생긴 거랑 조금 안 어울리죠?” “아니요, 죄송합니다.” ​ 아무래도 실례인 것 같아 바로 사과했다. 조금은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다음 차례를 맡은 사람이 입을 열었다. ​ “어……. 저는 [납량선생]입니다.” “허.” ​ 노인이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으나 납량선생은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 “괴담의 원리를 연구하는 사람이죠. 사실 벌써 두 개나 알아냈고, 세 번째를 찾고 있어요.” ​ 그러면서 묘하게 사람들과 눈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인 것이, 자기도 민망한 것 같았다. 노인이 빈정거렸다. ​ “그래? 그렇다면 이 괴상한 규칙에 대해서 우리 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 납량선생은 벽에 쓰인 규칙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 “무섭네요.” ​ ​ 다음 날, 납량선생은 천장에 매달려 죽은 채 발견되었다. 4. ​ 첫 날, 집 안을 조금 수색하다 다들 자신이 처음 깨어난 방으로 들어갔다. 밤에 방을 나오지 말라는 규칙 때문이었다. 이미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진 시점에서, 그 규칙을 무시하는 것은 몹시도 꺼림칙했다. ​ 그리고 오늘. 다들 식탁에 앉아 아무리 기다려도 도무지 납량선생이 내려오지 않았다. 사지가 없는 사람은 탁자에 쳐박고 있던 고개를 조금 들고,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헤죽헤죽 웃고 있었다. ​ 우린 다 같이 납량선생의 방을 찾아가기로 했다. 노크 몇 번, 그리고 덜컥. ​ 문을 열자, 납량선생은 목을 매단 채 대롱대롱 흔들리면서 우리를 반겼다. 중학생인 경민이가 비명을 질렀다. 노인은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5. ​ 둘러앉은 탁자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간혹 앵무새가 어깨를 움찔거리며 즐겁게 웃는 소리 뿐이었다. ​ “…그 선생이란 분, 왜 그러셨을까요.” ​ 경민이가 교복 조끼를 만지작거리며 적막을 깼다. 혜진이 말을 받았다. ​ “그러게요. 이상한 사람인 것 같긴 했지만….” “사이비 의식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어. 시체의 새끼손가락을 봤나?” ​ 그 대답은 내가 했다. ​ “마지막 마디가 잘려있더군요.” ​ 나는 말하면서도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이건 침착함을 잃지 않기 위한 나만의 루틴과도 같았다. 귀신이든, 괴담이든, 미치광이의 연구실이든, 살아남으려면 침착해야만 했다. ​ “제가 말할 게 있어요.” ​ 이혜진이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 “사실 어제 꿈을 꿨어요. 키가 크고 눈이 없는 여자가 마당에서 제 방 창문을 올려다 보고 있었는데….” “악몽일 겁니다. 이 집에는 창문이 없잖아요.” ​ 내 대답에 이혜진이 입을 꾹 다물었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칙칙하고 무겁다. 모두가 사실은 알기 때문이다. 이 탁상공론이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걸.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는 목을 매달았다. ​ 어제보다 한층 더 뾰족해진 긴장감이, 이 탁자 위에 한 겹 쌓인다. ​ ​ ​ 그 날 밤. 나는 침대 위에 누워서 살며시 눈을 떴다. 목 뒤에서 찌릿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 또각. 또각. 구두 발소리. 규칙을 무시하고 집 안을 돌아다니는 누군가가 있다. ​ 나는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고 귀를 기울였다. 자세히 들어보니 또각, 또각, 소리 말고도 작게 들리는 무언가. 재잘재잘 떠드는 말소리와 웃음. 특히 저 웃음 소리가 귀를 찔렀다. 행복해서 미치겠다는 듯 덜덜 떨리는 웃음 소리가. ​ 또각. 또각.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구두 소리와 소음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1층 로비, 2층 계단을 한 칸씩. 나무가 삐걱거린다. 웃음, 환호. 그것은 2층 복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 결국 나는 인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 6. ​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탁자로 모여들었다. 겁에 질려서 몸을 벌벌 떠는 유경민이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 ​ “저, 저도 봤어요! 그 여자. 눈 대신 새까만 구멍이 뻥 뚫린 여자가….” ​ 유경민은 계단을 내려오다가 바로 이 탁자 위에 서있는 여자와 마주쳤고, 순간 꿈에서 깼다고 설명했다. 어제처럼 꿈이라고 무시할 수가 없다. 내가 들었던 구두 소리, 그건 어쩌면……. ​ 노인이 갑작스레 소리를 지른 건 그때였다. ​ “너! 지금 뭘 먹고 있는 거야!” ​ 노인이 가리킨 것은 앵무새였다. 사지가 없는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무언가 우물우물 씹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앵무새에게 다가가 입을 강제로 벌렸다. 앵무새가 공기 빠지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마구 비틀었지만, 결국 그 안에 든 걸 꺼낼 수 있었다. ​ “우욱.” ​ 경민이가 헛구역질했다. 그것은 사람의 손가락이었다. ​ 나는 순간 무서운 발상을 떠올린다. 그대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 납량선생의 방 문을 여니, 전혀 부패되지 않은 채 처음처럼 대롱거리고 있는 몸뚱이가 나를 반긴다. 나는 일부 잘려서 없는 새끼 손가락을 확인하고, 의자 위에 올라가 시체의 목에 감긴 줄을 풀었다. ​ “이건…….” ​ 죽은 이의 목에 상처가 있다. 절대로 밧줄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양으로. ​ 자살이 아니다. 나는 규칙을 떠올린다. ​ [3번! 앵무새 밥 주는 거 잊지 마!] ​ 아무래도 납량선생은 살해당한 모양이다. 누군가가 이 가느다란 목을 졸랐다. 먹을 것이 없는 이 집에서, 앵무새의 밥을 주기 위해서. ​ ​ ​ ​ 나는 1층으로 내려와 아무 말도 안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침묵이다. 나는 이 중에 살인마가 있음을 알았고, 저들도 눈치가 빠르다면 이상한 점을 알았겠지. ​ ‘누가 앵무새에게 손가락을 주었나?’ ​ 이 질문은 서로 의지하려고 이 자리에 모인 우리를 서로의 감시자로 만들었다. ​ 앵무새는 다시 탁자에 고개를 쳐박고 무언가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너무 끔찍하고 짜증나서. 속에서 어떤 감정이 울렁거려서. 그냥 다 죽여버릴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는 스스로 떠올린 잔인한 생각에 놀라 고개를 양옆으로 마구 휘저었다. ​ 내 돌발적인 행동에 놀랐는지 경민이가 의자를 끌며 조금 뒤로 물러났다. ​ “오늘 밤은.” ​ 노인이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 “내가 이 곳에 앉아있겠네.” “네? 하지만 규칙이….” “그 놈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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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9.13. 11:17

이혜진이 말렸으나 버럭 소리 지른 노인은 화를 참지 않았다. ​ “이건 장난이 아니야. 아니지, 장난으로라도 이래선 안 돼. 이래선 안 되는 거다. 알겠는가? 나는 이런 몹쓸 짓을 하는 놈의 낯짝이라도 봐야겠어!” ​ 얼마 후, 모두가 방으로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도 노인은 탁자 앞에서 고요히 눈을 감고 진실을 기다렸다. 앵무새는 그런 노인을 보며 즐겁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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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9.13. 11:18

그 날 밤, 무언가와 대화하는 노인의 잔잔한 목소리가 아래에서 들렸다. 목소리는 누군가가 박장대소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다음 날, 우리는 같이 1층으로 내려갔다. 노인은 밝은 미소가 걸린 얼굴과 상반신만 남아 탁자 위에 놓여 있고, 앵무새는 그 옆에서 천조각을 우물거리고 있다. 그리고 로비의 벽에는 붉은 글씨. 한 때 노인의 몸 속에 흐르던 피는 이제 하나의 글귀가 되었다. ​ [비로소 나는 세 번째 원리를 알았노라.] ​ 그렇게 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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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9.13. 11:18

7. ​ 나는 앵무새의 뺨을 때렸다. 노인의 마지막을 목격한 유일한 녀석이 이 빌어먹을 자식이었다. ​ “이 사람. 마지막에 누구랑 얘기 했지? 너는 봤잖아. 대답해.” ​ 앵무새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탁자 쪽을 보고만 있다가, 돌연 눈동자를 빙글 돌려서 나와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그것이 키득키득 웃었다. ​ “밤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대답하라고.” ​ 나는 화가 났다. 왜 화가 났는 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노인이 죽어서? 인간답지 않은 취급을 당해서? ​ 아니면, 사지가 없는 앵무새는 스스로 노인의 몸을 먹을 수 없으니까. 누군가가 노인의 하반신을 잘라 앵무새에게 먹였으니까. ​ 나는 그래서 화가 나는 거야. ​ 밀실 속에 점점 물이 차오르듯, 피할 수 없는 무언가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어서. 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나는 억지로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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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9.13. 11:19

“……당신인가?…” ​ 그 순간, 앵무새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노인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나는 그 입에 바짝 귀를 댔다. ​ “……그렇구만……그래서……살고 싶은 건 당연하지….” ​ 앵무새는 어제 노인이 나눈 대화를 흉내내고 있다. ​ “……하지만……그렇다면 당연한 결론이지 않나…….” ​ 아주 작아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던 목소리가 갑자기 또렷해진다. ​ “…자네를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 노인 목소리 흉내는 거기까지였다. 그 후로 앵무새는 깔깔 웃기만 했다. 나는 앵무새를 놓아주고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 “현식 형. 괜찮으세요?” ​ 경민이는 내가 걱정됐는지 그렇게 물었다. 아니, 어쩌면 걱정하는 척 하는 걸지도. ​ “다음은 저인가봐요.” ​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혜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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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1(작성자)

25.09.13.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