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적 선지란?>
출제자가 ‘적절한 선지’를 구성할 땐 자칫 잘못해서 문제 오류 나고 이의제기 당하면 큰일 나기 때문에 최대한 틀리기 어려운 선지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틀리기 어렵다는 게 무슨 말인가 하면 ‘시대인재는 학원이다’ ‘오우석은 사람이다(?)’ 같이 어떤 작품에 대한 선지이든 문장만 보더라도 틀릴 여지가 거의 없는 선지를 말한다. 그렇다면 방어적 선지를 문제 풀이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문학에서 최대한 시간을 줄이고 독서에 투자를 해야 한다. 따라서 문학 문제의 모든 선지를 작품과 비교하며 하나하나 정오판단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것’을 묻는 문제에선 방어적 선지 위주로 답을 추리고, ‘적절하지 않은 것’을 묻는 문제에선 방어적 선지를 제외한 다른 선지들을 우선적으로 하여 답을 추리면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지 않을까? (손가락 걸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선지를 판단할 때 우선순위를 정해보자는 것이다. 수학에서 특수한 상황을 먼저 해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특히 여러 작품들의 ‘공통점’을 묻는 문제라면 더욱더 방어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 개 중 하나라도 해당이 안 되면 나가리니까 말이다.
<예시>
(181133) (가)에는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적 상황에 당면하여 고뇌하는 태도가 드러나 있다.
(가) 작품은 병자호란 직후 세자가 잡혀간 상황에서 쓴 시이다.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 상황에 당면하면 당연히 고뇌를 하지 않을까? 고뇌라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는 것으로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이런 상황에서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적 상황에 당면했다’고 했는데 자기가 겪은 부정적 상황이 해소하기 쉬웠다면 지금 해결하라 가면 되지 대체 왜 지금 해결하러 안 가고 죽치고 앉아서 시나 쓰고 있는 거지? 결국 ‘시인이 시를 대체 왜 썼을까?’를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시라도 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0628) (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활용하여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시에 쓰여져 있는 모든 text들은 시인의 context(목적, 주제, 대체 이 시를 왜 썼는지 그 이유)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오우석이랑 사람 아니? 오우석이 9기 때 사비로 애플 펜슬을 나눠줬대’라는 시의 주제 의식은 오우석을 빨아제끼는 것이다. 철학적인 얘기를 좀 해보자면 사람은 글을 언제 쓸까? 어떤 사람이 아예 개쓸데없다고 여기는 생각들은 1초만에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근데 그 생각을 계속 하고있는 걸 넘어서 그걸 시로 쓰기까지 했다? 직접 시를 써본 경험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시인이 말하고 싶은 바(주제 의식)를 글로 써내렸다는 것 자체가 자기 생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시의 모든 표현들은 화자의 주제 의식을 강조할 것이기 때문에, 이 선지에서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만 있다면 적절할 것이다.
(251122) 특정한 행위를 중심으로 행위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드러낸다.
‘행위’가 없는 시라면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어떠한 행위도 없는 시를 찾는 게 더 힘들다. 행위를 하려면 행위 주체와 행위 대상이 있어야 하고 당연히 이 둘 사이에는 모종의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행위 주체가 행위 대상에게 행위를 한다는 관계’가 기본적으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지에서는 어떤 관계인지조차 말하지 않고 그냥 관계라고만 퉁치고 있다. 매우 방어적이다.
(230622)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을 활용하여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어제, 오늘, 내일, 봄, 여름, 가을, 겨울, 지금 등등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작품을 찾는 것이 더 힘들다. 당연히 100% 적절하단 건 아니지만 적절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250922) 빗대어 표현하는 방식으로 ‘나’의 인식을 드러낸다.
해당 선지는 ‘나’가 화자인 시와 수필들에 대한 선지이다. 애초에 시랑 수필이라는 것이 화자의 이야기를 담는 문학인데 정말 화자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그 어떠한 인식도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을까? 애초에 어떤 대상을 시에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그 대상에 대한 화자의 관심을 전제로 하는데, 이것만 봐도 벌써 ‘그 대상한테 관심을 갖는다는 화자의 인식’이 포함됐지 않는가?